등산은 나이가 들어도 각자의 체력과 조건에 맞게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운동이다. 산에 있는 것들(산줄기와 계곡 그리고 동식물 등)을 즐기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답사해보는 설레임, 그리고 기록과 표현(사진, 그림, 문학, 음악 등) 등 산을 중심으로 여러 방면에 걸쳐 폭넓고 깊게 탐구하는 즐거움이 있다. 이러한 면이 다른 스포츠와 구별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별로 권장할 수 없는 등산문화(정상주, 하산주 같은 음주문화나 먹기위해 산에가는 것과 고성방가 등)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것들은 적절히 절제되면 좋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등산이야 말로 남을 배려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 산악인 의사가 쓰고 스포츠 의학 전문의가 번역한 <중·노년을 위한 등산의학>에 나온 내용을 참고로 기술해 본다.
(발췌 : 중·노년을 위한 등산의학(도서출판/신한미디어刊) 저자: 大森薰雄(오모리 시게오) 역자 : 진영수 스포츠의학 박사 서울중앙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소장)
(1) 인도어 클라이밍
예전부터 많은 산악인들이 행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지도에 빨간 선을 표시한다]는 것입니다. 국토지리원 발행의 5만분의 1이나 2만분의 1 지형도에 자신이 걸어온 골짜기나 산등성이 산길을 빨간 색연필로 표시하여 공백을 메워 나가면서 지도가 새빨개지는 것을 즐기는 것입니다.
그 때 새롭게 발견한 루트를 추가하거나 지도에 적혀있지 않은 골짜기의 이름이나 고개를 새롭게 적어 넣어 자신만의 지도를 완성시켜가며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보물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항상 산에 가기 전에 즐기는 방법이다. 1:5만 지도를 가지고 산줄기를 그려보는 것이다. 산줄기를 그리다 보면 가고자 하는 지형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기 때문에 타인의 산행기나 산행정보를 참고할 때 매우 효율적이다. 또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정확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산행정보는 너무나 많으나 실제로 틀린 정보도 있고 잘못 표기된 정보도 많기 때문이다.
(2) 사진을 찍는다
산을 사랑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모험적 요소를 찾아 오로지 바위와 얼음으로 뒤덮인 고봉(高捧)에 도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온함과 사람의 따스함을 찾아 마을 뒷동산이나 낮은 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등산형태가 아니라 고산식물에 흥미를 갖도 산에 오르면서 식물의 이름을 익히고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사진을 찍다가 자비를 들여 회화집이나 사진집을 출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산악사진가, 산악화가 등 산악과 관련된 프로작가가 존재라는 것도 산이 지니고 있는 매력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등반시 사진은 정말로 꼭 필요하다. "산줄기에 선긋기"가 예습이라면 집에와서 찍어둔 사진을 보고 다시 지도와 비교해 보는 것은 복습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등산시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을 위한 올바른 판단방법을 찾아 내는데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3) 산에 관한 책과 문학
과거에는 문학이나 기행문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산에 관한 책도, 이제는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그만큼 산을 즐기는 방법도 변했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산에 관한 문학의 고전이라 불리는 동서고금의 서적을 다시 한 번 찾아 읽고, 과거로의 서적여행에 나서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며 옛날 사람들이 오르던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발견을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산에 관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단체 중에서 산악서의 연구를 거듭하여 그 보고서를 내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곳도 있습니다. 또한 산에 관한 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고서점이 각지에 있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 이 방법은 좀 더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새로운 지식과 문학적 감성을 갖추는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4) 관찰하는 등산
수목이나 곤충, 풀, 꽃, 암석 등 무언가 하나를 골라 관찰하면서 걷는 등산이라면 저절로 여유로운 리듬이 생기게 되므로 중·노년에게는 이상적인 등산이 될 것입니다. [티끌모아...]라는 속담대로 관찰하면서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새 그 방면에 정통해지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5) 산마을을 찾는다
산마을에는 고산에는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근처에 있는 산을 생활의 일부로 삼고 살아왔습니다. 이런 산마을을 걸으면 전승되어 내려오는 민화들을 들을 수 있으며 역사의 자취를 여기저기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옛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고갯길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말발굽 소리와 오가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오는 듯한 느낌도 들게 되며, 전쟁에서 패하고 멀리 도망간 공주님의 슬픈 이야기를 적어 놓은 비석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산기슭에 있는 인가의 모습이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미풍양속의 차이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산을 즐기는 방법의 예를 들어보았는데, 인터넷으로 정보교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에는 이곳에 서술한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산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단순히 산에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플러스 알파의 즐거움을 갖고 있으면 동호인도 늘어날 것이고, 마음가짐도 넓어지게 되어 산행이 한층 더 즐거워지며, 체력이 쇠약해져도 산과의 교제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산에 갈 때마다 코스 타임이나 루트를 메모해 두면 비로 등산이 중지되었을 때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참가할 수 없게 되었을 때에 그것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서재의 산악인으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등산그룹에서 파생하여 스케치그룹이나 사진그룹 등이 탄생된 산악회도 많다고 합니다. 산은 몇 살이 되었든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는 멋진 스포츠라는 것은 이것으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위에 여러가지 산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해 드렸지만 실제로 가보지 않는 산을 다 가보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없음을 항상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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