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봉과 옥녀봉... 산의 모양과 이름에 대해서
우리나라(남한)에는 이름이 붙여진 산들만 해도 약 5000 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산 이름에 흥미로운 유래가 전해지는 산들도 많지만 단순히 산봉우리의 모양에 따라 붙여진 이름도 많다. 옥녀봉,시루봉,촛대봉,투구봉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시루봉,촛대봉,투구봉은 사물의 이름 그대로 붙여졌을 것이나 그 산에 대한 전설이나 유래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옥녀봉"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옥녀(玉女)"란 예로부터 옥(玉)처럼 맑고 깨끗한 아름다운 여인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옥녀봉은 "옥녀"란 이미지에서 풍기듯이 "둥그럽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산을 일컬어 지어진 이름일 것이다. 그리고 옥녀봉에는 대부분 슬프거나 한맺힌 이야기가 전해 내려올 법한 생각도 든다.
단편 드라마인 "전설의 고향"에서 십중팔구 등장하는 젊은 여인은 사랑에 빠져 있거나 효심이 지극한데 억울하거나 한맺힌 사연을 간직한 채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후에 다시 현세에 나타나 복수를 하거나 사랑의 진심을 전하는 내용으로 끝이 난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야기의 주인공인 여인(女人)을 기리기 위해서 주변의 부드러운 모양의 산을 옥녀(玉女)봉이라 정하고 그토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후세에 대대로 전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시루봉. 충북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 청주-상주 고속도로상의 속리산휴게소에서 잘 볼 수 있다. 구병산아래에 있다.
촛대봉. 백두대간의 산이고 대야산-곰넘이봉 사이에 있다.
투구봉. 백두대간 황장산 옆에 있다.
옥녀봉(324m). 전북 완주군 봉동읍에서 익산IC로 가는 길목에서 북동쪽으로 보이는 봉우리. 봉실산(373m)
좀더 당겨본 옥녀봉(324m). 이 봉우리는 여인의 젖가슴(Breast)을 상징하듯 정상에 나무 1그루가 있다. 이 산아래에는 9군단이 자리잡고 있는데 군의관 시절 이곳에서 근무했을 때 내 부하(사병)들은 이 산을 보면 여자친구가 생각난다고 했었다.ㅎ
작약산에서 본 옥녀봉(542m). 가은읍 바로 옆에 있다. 뒤로 백두대간 구왕봉과 희양산이 보인다.
아가봉(541m,성재봉)에서 본 옥녀봉(599m). 괴산군 청천면과 칠성면을 경계로 있는데,
화양계곡 가령산(642)에서 보면 "군자"(산) 아래 "옥녀"처럼 숨어있고 옆에 "아가"까지?? ㅎ 물론 "아가봉"은 아기의 뜻은 아니다.
청화산 시루봉(876m). 문경시 농암면에 위치해 있어 속리산 문장대에서 잘 볼 수 있다.
악휘봉에서 본 시루봉(914m). 괴산군 연풍면 은티마을 바로 위에 있다. 이곳의 시루봉은 악휘봉에서 보면 부드러운 느낌이 드나 은티마을에서 보면 시루처럼 생겼을 것 같다.
문경 운달산과 성주봉 맞은 편에 있는 꽤 "커다란?" 시루봉(531m). 성주봉과 시루봉사이로 문경저수지가 생길 예정이다.
시루봉과 옥녀봉은 모양이 비슷하다. 시루봉은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대개는 암반이 섞여있는 골산(骨山=바위산)이고, 옥녀봉은 모양이 완만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육산(肉山=흙산)이다. 그리고 옥녀봉은 뭔가 슬픈 사연이 있을 법한 산이다.
산봉우리의 모양을 보면 매우 다양하다. 봉우리가 1개 있는 경우 그 모양에 따라서 시루봉,촛대봉,투구봉,옥녀봉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또 봉우리가 2개이상 붙어 있을 경우에는 그 갯수에 따라 형제봉(2개), 삼봉산(3개), 오봉산(5개), 칠봉산(7개), 팔봉산(8개), 구봉산(9개 혹은 그보다 많을 경우) 등으로 불린다. 그런데 4봉산, 6봉산은 없는 것 같다.
산의 모양에 관계없이 불리는 산의 이름도 많다. 우리나라에 국사봉이란 산의 이름이 매우 많은데, 국사봉(國師峰)은 말 그대로 나라와 관련된 일 혹은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해서 지어진 이름인 것 같고 대개 큰 고을 마다 1개씩은 다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구름이 많이 낀다고 해서 지어진 백운산(白雲山)이란 산이름도 많다. 또한 어떤지역의 산군(山群)에서 가장 높은 산은 천왕봉(天王峰)이고 암반위의 전망이 좋은 곳은 신선이 놀고 갔다해서 신선봉이라 많이 불리운다.
산의 이름을 살펴보고 이를 정리해 보는 일도 매우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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