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김세원 낭송)
‘한계령을 위한 연가’는 연시이되, 연시를 넘는 삶의 노래처럼 보인다. 한계령, 강원도 인제와 양양의 경계에 있다는 그 고개는 해마다 눈 소식과 함께 ‘교통두절’을 전해주는 곳이다. 폭설은 그 유장하고 긴 고갯길에 쌓이고 쌓여 외부세계와 고개를 고립시키지만, 시인은 그 폭설 속에 갇히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못 잊을 사람’과 함께라는 전제와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하는 열망으로 뜨겁다. 그래서 그것은 ‘눈부신 고립’이고 ‘공포’나 ‘두려움’이 아니라 ‘동화’로 인식되는 것이다. 폭설에 덮인 한계령은 아름답다. 거기 ‘기꺼이 묶여/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하고 노래하는 여자를 상상해 보라.
시인의 해설처럼 ‘눈이 쌓여 무게가 생기듯이 어느 순간 이 시는 우리의 가슴께를 누르며 묵직하게 쌓이기 시작한다.’ 냉정하고 두려운 현실만큼이나 그 ‘고립에 대한 욕망’도 뜨겁다. 현실에 의해 무화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덧없이 빛날 뿐이다.
해설자는 시인이 “여성의 지위와 몸을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가두려는 것들을 거부하면서 한국시사에서 ‘여성’을 당당하게 발언해 왔”고, “그러면서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사랑의 가치를 활달하고 솔직하게 표현해 왔다.”고 소개한다. 시인의 시가 한갓진 ‘사랑’을 노래하는 ‘연가’가 아니라 단단한 ‘삶’의 노래로 읽히는 까닭이다.
‘시를 읽는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글귀가 여전히 수사로만 존재하는 각박한 세상이다. 먹고 사는 일이 고단하고 힘들어서, 밥과 쌀을 짓는 일이 바빠서 저마다 시를 잊어버리고 살지만, 시는 때로 먹고 사는 일의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된다. 또 그것은 밥과 쌀이 되기도 할 터이다.
양희은이 부르는 노래 <한계령>도 듣고 싶다. 또 백두대간의 한 고개, 한계령을 지나가는 눈발과 1월의 바람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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