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년전이면 제가 대학2-5학년때(예과2,본과1~3년,1978~1982) 쯤 됩니다. 한라산 하계와 동계산행, 그리고 개인적인 한라산 산행을 매년 다녀온 적으로 기억합니다. 내 앨범에 묻혀 있었던 몇장의 사진들을 보면서 당시 추억의 산행을 해볼까 합니다...
당시에는 돈이 없어서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배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광주->목포->제주->한라산 산행지까지 가는데만 하루가 소요됩니다.
대신 바다를 바라보면서... 뭔가? 아니 누구?를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는 1일째 산행?은 낭만적인 여행이었습니다.
산행2일째는 약 10일간의 식량과 장비를 베이스캠프(산정상부근)까지 옮기는 하중 훈련입니다. 앞의 2명이 멘 배낭은 "기스링", 뒤의 2명이 멘 배낭은 "어택"(지금주로 메고 다니는 큰 배낭의 시초)이라고 불려졌습니다. 기스링은 값이 싸고 튼튼하고 많은 짐을 옮길 수 있었기에 주로 하(下)년차 대원들이 멜 수 밖에 없었죠. 그때는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불만은 전혀 없었습니다. 두번째가 접니다.ㅎ
기스링은 옆으로 퍼져 있고 위가 넓어서, 짐(텐트폴대, 식량박스 등)을 위로 올리면 한없이 올라갑니다. 배낭을 메고 일어설려면 뒤에서 배낭을 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쉴때는 땅바닥이 아닌 허리높이의 바위위에 배낭을 올려 놓아야 다시 혼자 힘으로 메고 갈 수 있습니다. 기스링을 메고 가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 큰 사각형아래 막대기 2개가 움직이는 모습만 보입니다
한라산의 초원지대에 들어섭니다. 어리목코스를 이용해서 윗세오름으로 이동하고 있네요. 저런 풍광에서는 무거운 짐도 잊은채 발걸음도 가벼워 집니다.
윗세오름 대피소 부근에 베이스 캠프를 치고 바람막이와 눈보라막이 설벽을 쌓고 있습니다. 산행2일째는 이렇게 짐을 옮기고 베이스 캠프를 만들면 하루가 끝납니다. 삼각형의 황색 텐트는 당시 "윔퍼"텐트로 불려졌고 쇠로된 폴대여서 바람과 눈에 매우 강한 텐드였으나 너무 무거운 것이 흠이었습니다. "윔퍼"는 알프스 마터호른을 초등한 등반가 이름입니다. 그리고 돔형 텐트가 처음 나오기 시작한 시절이었습니다.
한라산은 남한에서 설산산행과 설벽훈련하기에 좋은 산중의 하나입니다. 용진각 대피소를 둘러쌓고 있는 바위지대가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면서 급경사 설사면으로 변합니다. 아침에는 설벽이 크러스트(눈이 얼어 있는 상태)되어 있기 때문에 설벽등반 훈련하기에는 딱 좋은 시간입니다.
킥스텝과 픽켈(손에 들고 있는 것)기술로 설벽을 오릅니다.
올라간 다음 내려올때는 매우 즐겁습니다. 픽켈로 제동을 걸면서 내려오면 매우 안전합니다. 그래도 속도가 빨라지면 엎드리면서 픽켈로 설사면을 몇번 찍으면 멈출 수 있습니다.
이제 훈련을 했으니 백록담의 남서벽 등정을 시작해야죠. 보이는 픽켈은 빙벽용(아이스)이 아닌 설벽용 픽켈입니다.
겨울철 암벽은 설벽과 빙벽 그리고 암벽이 혼합되어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여름철 암벽등반은 겨울보다는 조금 수월합니다. 전망도 좋고 미끄러운 것도 덜하기 때문입니다.
하계절 남벽등반을 마치고 폼좀 잡아봤습니다. 당시 바지는 반바지 형태로 "닉커"바지라고 불려졌고 여름철에는 매우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밤사이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한라산은 일단 눈보라가 치면 육지와는 달리 최소 3~4일에서 1주일간 계속됩니다. 그러니 텐트 속에서만 지낼 수도 없었죠. 그래서...
폭설과 눈보라속에서 훈련 등반을 시도합니다. 윗세오름에서 백록담까지 여름철이면 1-2시간에 갔다올 수 있는 거리를 폭설과 눈보라 속에서 등반하다 보면 하루정도 걸립니다. 이러한 등반은 자일과 나침반없이는 매우 위험합니다. 앞 시야가 5m밖이 보이지 않고 바로 발자국이 없어지기 때문에 대원들간에 거리가 멀어지면 서로 다시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로서로 자일을 이어메고("안자일렌"이라고 합니다.) 나침반의 방향과 지형감각을 토대로 백록담을 찾아갑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계곡과 같은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눈보라가 1주일이상 지속되어 결국은 하산을 결정하였습니다. 윗세오름에서 어리목까지 가는 길에 잃어(당시 한라산 등반길은 지금처럼 이정표와 등반로 시설이 되어있지 않고 또 눈이 2m이상 쌓이기 때문에 나무 위까지 덮혀 지형이 변하는 형태입니다.) 할 수 없이 어리계곡(Y계곡)으로 들어와 하산합니다. 이 계곡으로 계속 하산하면 어리목이 나옵니다.
당시 동절기 복장입니다. 빨간 윈드자켓과 트라우져가 대부분이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빨간옷을 입었습니다. 팔굼치까지 올라오는 벙어리 장갑은 요즘에는 찾기 힘들더군요. 저 장갑이 설산산행에서는 아주 "딱"인데요...
1-2주간의 눈보라후에 볼 수 있는 "육지의 산호초" 입니다. 아마도 진달래 대피소의 철쭉이 아닌가 싶네요.
석양에 고사목(비목)은 한라산의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해 줍니다. 이러 풍광은 지금도 한라산의 추억을 강하게 각인시켜 줍니다.
어리목까지 하산하여도 폭설로 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아스팔트 길을 눈썰매(당시 대나무 스키를 만들어 가져갔던 기억이 납니다.)로 내려왔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 또한 매우 재미있었던 추억인데 사진을 스캔하지 못했네요.
시간과 공간이 조금씩 다른 흩어진 사진들을 이리저리 모야서 이야기로 꾸미기는 어려웠지만 추억속의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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